본문 바로가기

그나마 재미있는 것

소년中央 - 나를 키워준 소중한 시절의 기억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아버지가 소년중앙을 사가지고 오셨다.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당시 나는 한글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지금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들을 욕하시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첫째라 나름대로 교육에 힘쓰시던 아버지가 수집하신 정보에 따라 나는 한글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내이름과 숫자까지만 쓰고 입학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가면 학교에 싫증을 내고 탐구력이 떨어진다는 서울대 교육학자들의 이론서를 접하신 이후 내린 결정이셨다. 덕분에 나는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나름대로 책(주로 그림만)을 보며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놀았었던 것 같다.그 결과,나는 한글을 익히고 사칙연산을 할 수 있었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엄마의 보충 수업과 방과후 다시 엄마의 보충수업을 통해 이중의 학습을 하던 시기였다. 학교 적응은 이미 물건너간 뒤였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6개월쯤 하니 오히려 학습 진도가 다른 아이들을 앞서 나갔었다.

어린 나이에 공부하기 싫어햇을 것 같은데 신기했다고 엄마는 지금도 말씀하시지만, 사실 나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소년중앙'이라는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었다. 아버지가 사오신 소년중앙에 쓰여진 내용을 읽고 싶었다. 그림이 아니라 그 옆에 쓰여진 글씨를 읽고 싶었고 만화의 내용을 이해하고 싶었고 화려한 그림의 광고도 알고 싶었다. 매일 매일 보고 또보고 한가지씩 알아가는 것이 너무 신나던 시절이었다.

결국 나는 중학교 3학년까지 소년중앙과 함께했다. 동생과 3년터울인 관계로...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현재의 나의 호기심과 관심분야를 만들어내 시점이었다. 공룡과 지구의 역사, 우주와 태양계와 은하계, 시간여행, 문학과 추리소설, 그리고 식물과 동물에 대한 관심.... 시이튼 동물기와 파브르 공충기를 독파하게 만든 것도 소년중앙이고 돈 벌면 안데스 산맥의 천문대를 가보기로 결심하게 한 것도 소년중앙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은 그 책이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나 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개(물론 요약하거나 부분이었지만)하여 그 책들을 학급문고나 도서관에서 찾아보았고곤충채집망 만들기와 식물채집 방법 등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을 망라하고 있었다. 세계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대단한 편집부였다.....

만화에 대한 관심과 선망을 키운 것도 소년중앙이었다. 이두호님의 무지게행진곡을 읽으며 감동했고 이우정님의 갈기없는 검은사자를 읽으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나중에 '솔로몬의 동굴'을 읽으며 이우정님이 차용한 설정이 바로 이책이라는 것을 알고서 혼자서 웃기도 했다. 엑스3만세를 그리신 분(죄송..성함이 생각안남)이 어린시절부터 공책의 여백에 로봇이나 우주선을 그리셨다는 후기를 읽으며 가슴 뭉클했던 기억도 있다. 로봇찌빠를 보며 데굴데굴 웃던 기억과 지금도 최고의 만화라고 생각하는 길창덕님의 꺼벙이가나를 웃게 만든다.

TV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그림 자체나 외국배우들이 우리나라말을 하는게 아니라 성우가 더빙한다는 것도 소년중앙을 통해 알았다. 덕분에 성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나의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

부록으로 딸려나오던 갖가지 장난감을 설명서를 보고 조립하거나 혼자서 끙끙거리기도 했고 동생과 싸우거나 협력하면서 함께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도와주신 것을 혼자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보는 모험을 해보기도 했다.

동생과 함께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책을 샀으니 요즘으로 말하면 자연스러운 경제교육을 받은 셈이고 책이 나오는 날이면 하루에도 수차례 문방구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책이 나오면 신나게 집으로 달려가 엄마와 동생과 따뜻한 이불속에서 고구마 까먹으며 몰입해서 읽던 기억이 어린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니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도 나쁜 점도 있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광고나 부록의 문제(어깨동무, 소년시대 등 경쟁자가 많았다)나 표절 문제 등....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과거는 무조건 아름답다고....

요즘 인터넷 중고 서점을 보면 간혹 소년중앙이나 과거의 만화책들이 나오기도 한다. 가격은 엄청 높지만... 사실상 사고싶어 망설인 것이 몇번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냥 내 마음속 그리움으로 남기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나의 어린시절도 그리운 것이 있기는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