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좋아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완전히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교수님의 소개로 읽게된 책이 '장미의 이름'이었다.나중에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숀 코네리와 크리스찬 슬레이터 주연이었다. 책의 내용과는 전혀다르게 진행되어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읽기 시작한 책은 꼬박 밤을 새워 독파하고 다음날 오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결국 하루에 전부 독파할 정도로 나는 그 작품에 매료되었다. 그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과즐거움을 느꼈고 작품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너무 아쉬워 일부러 읽는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이렇게움베로토 에코에 빠져서 그의 작품들을 전부 독파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읽은 것이 '푸코의 추'였다. 새로 책을 내면서 '푸코의 진자'라고 나온 것 같지만 당시에는 '푸코의 추'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장미의 이름보다 내용이 좀 어려웠지만 숨차게나마 스토리와 그 안에 내재된 내용을 따라갈수 있었다. 역시 사흘에 걸쳐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몰입에 제동을 건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전날의 섬'이다.
에코의 신작이라는 광고와 함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서 읽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이 작품은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독파하지 못하고 있다. 상,하 두권 중 아직 하권을 끝내지 못했다. 도저히 내용을 ?아갈수도 없었고 이해는 더더욱 무리였다.
그 뒤에도 그의 작품들은 모두 독파하고 있다. 최근의 '바우돌리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최근의 '미네르바 성냥갑'까지... 뒤의 두편은 수필이다. 수필을 가장한 그의 정신세계와 개인적 관심을 표출한 굉장히 어려운 사고의 결과물들이다.
사실상 그의 작품은 한 마디로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며 난해하다.
그런대도 왜 나는 그의 작품이 나오면 주저없이 주문을 하는가? 왜 주저없이 계산대로 가지고 오는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고백했듯이 나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읽어가고 있을 뿐이다. 또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것은 지식에 대한 나의 허영이며 사치이다.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이 지식인이라는 허울좋은 허영에 빠져있는지 모른다. 평론가들이 부추기는대로 그의 지식에 감탄하고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이 지식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도 속물일지도 모른다.
그가 대중을 위해 쉽게 썼다는 '바우돌리노'를 읽으면서 그 시대상과 유럽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스스로 나의 심리적 허영을 부추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현재 '미네르바 성냥갑'을 읽고 있다. 국내건 국외건 수필 읽기를 싫어하는 내가 에코의 작품이라고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나의 지적 허영심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에코의 작품을 놓을 수가 없다.
그의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가 전해준 그 전율의 기억을 떨쳐낼 수 없다. 나의 청춘을 상당기간 환희 속에 머물게 했던 소중한 작품들이다. 나는 아마 에코에게 그 시절을 고마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든 읽지 않는 것보다는 좋은 것 아닌가???
어쩌면 에코는 어렵게 책을 써놓고 대중들이 그 책을 놓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거나 나름대로 의미를 붙여가는 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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