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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재미있는 것

[본문스크랩] 농구..그리고 슬램덩크...안경선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에 미쳐서 열심히 해본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 한가지에 빠져서 살아본적이 없었다. 전부 한때 잠시...

그때당시 유행이라서 잠깐 해보는 그리고 흥미를 잃고 한계에 부딪혀서 포기해버리는 그런 일들.

늘 저렇게 맛만보고 빠져나온 삶을 살았던 내가 제법 오랫동안 장기간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농구'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하고는 하지만, 내세울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나는 10년 정도 동안 거의 늘 농구와 함께 했다. 남들이 미분 적분이나, 방정식을 풀고 있을때, 어떻게 하면, 정확한 슛을 가질 수가 있을지, 수비수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 생각하고는 했다.

농구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교과서가 되는 만화인 슬램덩크.

초등학교 2학년때 부터 봐온 슬램덩크에서 농구용어와 룰, 기본기 팁등을 배웠고, 그 내용들은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많은 이들이 불꽃남자 정대만, 주인공 강백호 등 유명한 선수들의 이름을 대지만...

질문을 받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권준호' 라고 대답한다.

솔직히 말해서 왜 농구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권준호 처럼 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딱히 농구에 대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농구를 하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혼자 연습할때나 상상속에서는 나는 늘 서태웅이나 윤대협이었지만, 실제로는 경기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벤치요원에 불과했다. 능력없는 벤치요원...
권준호는 중요할때 한방해주는 핵심 벤치멤버이지만, 나는 필요할 때나 중요할 때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 능력없는 벤치요원이다. 그래서인지내가 할 수 있는 역할 내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이는 권준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단지 벤치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일...
열심히 응원하는 일...친구들이 경기할 때 음료수나 사오는 일...
그것이 전부였지만, 경기에 투입되어서 직접뛰고 있는 친구들 보다 더 열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벤치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같아서는 내가 뛰고 싶은데...'
이런말을 하지만, 나는 늘 경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코트위에 섰을때, 그 긴장감이란...혹시 실수라도 해서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나 때문에 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어느날...
친구들이 모두 군대로 떠나게 되어서, 사람이 모자라는 바람에 주전자리로 올라서게 되었다.
상당히 반갑지만,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팀내의 어떤 친구들보다 뒤떨어지고, 신체조건도 열악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수비에만 열중할 뿐...
수없는 패배와 좌절...시행착오...그 모든것을 겪으면 강해질 줄 알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만 커져갔다...
한번도 전성기라는 것이 온적도 없고, 팀원들에게서 기대받아 본 적이 없는 나의 농구 인생...이제 잠깐 접어둘 때가 왔다. 제 2의 전성기, 부활, 재기 이런 단어는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제 1의 전성기도 없었고, 잘했던 적이 없었기에 부활과 재기라는 단어는 나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

나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발전보다는 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팀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다.
우리 멤버로 승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승리에 도움이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농구를 하면서기억에 남는 순간...이 전혀 없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 처음 출전해봤던 체육대회에서는 20점 넘는 점수차로 대패했고, 상대편가드에게 계속 녹아나는 모습만 보였다. 길성이 이외의 팀원들이 무능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정말 유능하고 뛰어나다면, 무능한 팀원들과 함께 승리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실망이 커져서, 요즘 같이 이렇게못할거면, 차라리 무능한 벤치요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높게 올라가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나마 상향곡선이던 그래프가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부터,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해왔지만, 이번에야 말로 마지막이다. '영원히'는 아니겠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그날까지 한동안 그만두려고 한다.

내 마음은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기에...10년동안이나 해왔던 것...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마지막 무대가 남았다. 이번 주말...
비가 온다면, 경기없이 그냥 떠나게 되겠지만, 이번 주말의 경기에 내 모든 것을 건다.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할 것이고, 그런 와중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서 뛸 것이다. 개인의 만족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한 플레이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뿐 아니라, 할 수 없는 것들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아쉽게 끝낼 수는 없다.
목표는 한 경기에서,
5골 5리바 5어시...
다른 친구들의 목표스탯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목표지만, 나는 저런 스탯을 한번도 찍어본적이 없다. 만족하고떠날 수 있도록...스스로에게 과제를 한번 내본다.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하고, 팀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안경선배가 그랬던 것 처럼...
10년 동안 꾸준히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해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개인적인 목표도 달성하고, 팀의 승리도 달성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로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후회 따위는 남기고 싶지않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슈퍼루키 서태웅이나 파워를 갖춘 최고의 센터 채치수, 운동능력과 투지를 바탕으로한 리바운드왕 강백호,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송태섭, 중학교 mvp스타 정대만처럼 기량이 뛰어났던 선수는 아니지만, 그 어떤 선수들 보다 정말 농구를 사랑했던, 농구때문에 울어보았던,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 기회지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던 안경선배를 기억하면서 이번주 일요일을 기다리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