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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단상

장애인은 소비자로서 사는 것도 힘겹다...

최근 사회복지학계나 특수교육계에서 장애인 당사자를 소비자로 규정하는 경향이 많다.
학문적이며 철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나름대로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요 개 풀뜯어먹는 소리이다.
장애인을 소비자로 규정하는 것은 장애인이 서비스를 받는 대상, 수혜의 대상이라는 말을 이쁘게 포장한 말이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장애인은 소비자이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마음껏 주장하라, 주장이 옳다면 들어주마, 이런 태도이다.
자신들은 주는 쪽이고 장애인은 받는 쪽이라는 입장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정마담이 다닌 학교의 대학원 특수교육과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할 사람을 뽑고 있다는 모 교수의 말은 전설이 되었다.

어느 대학원을 졸업한 시각장애인 Y씨는 밤새워 레포트를 써도 항상 B를 준 교수에게 따졌더니 누군가 써준 것일텐데 그것도 봐준거라는 답변을 받고는 소주 한 박스를 헤치웠다고 한다. 당시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라도 넣어봤을 것이라고 지금도 애꿎은 소주를 소비하고 있다.

아래 기사를 읽고 잘 생각해보자.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상황에 직면해서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는 개인의 문제이다. 미리미리 걱정해주다니 오지랍도 넓다. 대부분 다른 곳에 가서는 자신들이 쥐가 되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인간들이다.



장애인이라고 박사과정도 못 밟아!?
4.44 학점에도 박사과정 거부당한 장애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10-14 14:21:20
석사과정까지 우수한 성적을 받고 졸업했으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박사과정 입학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춘천시에 살고 있는 이 모(여·26)씨는 춘천에 위치한 H 대학교에서 역사학 전공을 하여 학부 4년, 석사과정 2년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그는 박사과정 입학 면접이라는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 씨는 4.5점 만점 중 학부과정 4.07, 석사과정 4.44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혼자 자료 발굴 못하면 박사과정 어렵다?

이 씨와의 인터뷰 모습. ⓒ박준규
에이블포토로 보기▲이 씨와의 인터뷰 모습. ⓒ박준규
지난 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모든 수업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이 씨는 박사과정도 큰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던 면접 탈락은 이 씨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탈락 이유는 그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

학교 면접위원 측은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작성하려면 새로운 자료 발굴을 본인이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 씨의 경우 그것이 용이한 일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져 불합격으로 판정했다"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자료를 발굴하고 찾아다니는 것은 부모님과 동행할 수도 있고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고용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미리 학교 측에 밝혔다"면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기회조차 주지 않고 탈락시킨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며, 이같은 이유로 탈락시키는 건 박사과정 면접 심사규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라며 장애인 인권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씨가 이해 못하는 것은 그동안 다른 학우들에 비해 성적도 좋고 박사과정에 필요한 자격 조건이 부족하지 않은데 단순히 "자료를 발굴하는데 신체적 조건 때문에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면접에서 탈락시킨 학교 측 태도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의 한 교수는 "이 씨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증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너무 열정적인 학구열을 보여줘 교수님들이 가산점을 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학부에서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석사과정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산점을 운운하는 것은 내게 가르침을 주신 모든 교수님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 씨는 이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학교측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시작되자 말을 바꿔 "이 씨가 장애인이어서 탈락시킨 것이 아니라 합격 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69.93점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자치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준규 기자 (poems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