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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단상

유모차부대 수사라...


지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유모차부대에 대해 수사를 한다고 해서 시끄럽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엄마와 얘기하다보니 새삼 이게 대단히 큰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모차를 몰고 나가 살수차와 대치했다니 애기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이게 대부분의 장노년층 반응이 아닐까 한다. 젊은 사람엄마들에게 문제가 들중에도 그럴테고...
이걸 노린 것이라면 경찰은 성공했다. 축하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수사에 적극 반대한다. 경찰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한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가거나 아이를 위험에 방치하는 것은 분명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아동 학대니 뭐니 해서 떠들기 참 좋은 재료이다.

탈무드에 보면 예비행위라는 말이 나온다.
기차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승객이 담배를 꺼내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뺏어서 기차 차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당연히 항의하는 사람에게 그 남자는 "기차 안에서는 금연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아직 불을 붙이지 않았으니 흡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말에 "예비행위도 금지되어 있소."라고 답변하여 입을 다물게 했다. 잠시 후에 담배를 던져버렸던 남자가 신문을 펼쳐들자 아까 담배를 빼앗긴 사람이 신문을 뺏어 던져버렸다. 그 남자가 항의하자 "예비행위는 금지되어 있소."라는 말로 받아쳤다. 무슨 예비행위일까? 답은 배변행위... 멋진 복수이다. 물론 흡연을 하려했던 것은 문제지만...

법에 대한 해석은 잘 모르지만 정황증거가 확실한 경우 예비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 정황증거라는 것이 매우 확실한 경우라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범죄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렇다면 촛불 집회를 되돌아보자.
촛불집회 자체가 범죄행위인가?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그 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것도 범죄행위는 아니다.
그때 우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여한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집회 장소에 먹을 것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장애인들도 참석했고 어떤 휠체어 장애인은 며칠밤을 새웠다. 할머니도 계셨고 원피스 입은 직장인들도, 가방 매고 있던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했던 것은 그 집회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없었으며 국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이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유행을 쫒아가는 국민성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안간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적어도 대중은 유행에 휩쓸릴지언정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영약함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나 집회 장소에서 오징어 구워팔던 아저씨나 소풍나온 양 신나했던 학생들이나 아무 잘못이 없다. 범죄는 절대 아니다. 집회에 어떤 행태로 참여했건 그것은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와는 별도의 것이다. 즉 집회에 참석했던 것이 아동학대라든지 폭력이라든지 하는 것들의 예비 행위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촛불 집회 자체가 아닌 뒤에 이어진 일련의 상황에 기인한 것이 바로 주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은 불법 행위, 폭력 행위라고 하면서 막았고 시민들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에 항의하면서 소위 폭력성이라는니 불법이라느니 하는 실정법상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유모차부대가 물대포와 돌이 오고가는 상황에 유모차를 앞세워 끌고 들어갔다면 미친 엄마들이다. 하지만 머리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그러했을까? 혹시라도 실수로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또 모를까...

경찰은 결국 유모차로 길을 막아 경찰이 시위대를 막지 못했다는 주장가지 하고 있는데...  창피하지 않은지...
사실 궁금하기는 하다. 왜 하필 유모차부대를 표적으로 삼았는지, 당시 길을 막은 건 장애인들도 있는데, 밣히려고 마음 먹었다면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유모차부대가 카페까지 차리고 인터넷 선동을 하고 있어서? 웃기는 소리...  촛불 집회 자체가 배후가 있다고 하는 것보다  더 웃기는 소리이다. 유모차가 길을 막은 것보다 광화문 한폭판에 기름칠한 위험천만한 거대 구조물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막은 경찰이 더 위험하지 않은가? 누가 담배를 피울지도 모르는 상황에 그런 위험한 예비 행위를 하다니, 조사를 받으려면 유모차부대보다 더 일찍 엄밀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흘러가는 정황이 반드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그들이 아닌데 어느 사이엔가 당연한듯이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민노총이 싫었고 불필요한 파벌이나 방향을 국민의 소리인양 너도나도 포장해대는 무리들이 싫다. 촛불집회가 잠잠해지니 그것 보라는 헛소리를 해대는무리들도 싫다. 폼잡는게 습관이 되어버린 집단이나 사람들, 헛소리 지껄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유모차 부대 한 두 부대가 활동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각자 자기 주장 펼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덧붙여서, 촛불 집회가 시들해졌다고, 이제 그때의 사람들이 다 잘못을 뉘우치고 정부가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글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막무가내 정권을 설득하기 위해 국민들이 나셨지만 설득할 수 없었고 정부는 결국 저들 하고 싶은대로 다했는데도 국민들의 저항이 더 이상 없으니 결국 잘한 일이라는 논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은 행동으로 옮기는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 결국 국민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힘으로 밀고 들어가 모든 정책을 뒤엎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와야 국민들의 뜻이 정당한 것이 된다는 것인가?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중심을 유지한다. 극단적은 행동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으며 그야말로 생각없이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대중은 신기하게도 중심을 잡아나간다. 정책을 포기하도록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위정자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소리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이 정부의 반응 방법이나 대응 방법도 알았으니 실질적으로 국민들은 얻은 것이 많다.

정부는 앞으로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중은 좌절감과 실망을 내포하고 있다. 대중이 다시 나설지 아닐지는 대중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음에도 지금처럼 끝날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면 행동으로 밀고 나갈 수도 있다. 지금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안심할 시기가 아니다. 긴장하고 더 잘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다.

기억하라. 1987년 6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