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다지 소리에 민감한 편이 아니다.
큰 하자가 없다면 이어폰의 성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솔직히 말한다면, 그동안 소리에 투자할 의사는 없었다는 말이다.ㅠㅠ
내가 이어폰을 고르는 기준은 남들처럼 베이스가 어떻고 중음이 어떻고 고음역대의 느낌이 어떻다는 게 아니었다. 사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한 마디롤 둔하다는 것이다.ㅠㅠ
그래도 나름 까다롭게 골랐는데....
우선, 귀가 편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에어 완충 어쩌고 하는 제품을 주로 사용해왔다. 가격도 무척 저렴했다.
그리고 반드시(진짜 반드시!!!) 줄이 벨련스 형이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벨렌스 형은 원래는 목 뒤로 돌려서 하라는 것인데 혼자서 간지러워서 킥킥대거나 어딘지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았다. 갈라지는 부분부터 좌우귀까지 길이가 동일한 벨런스형, 이게 내가 원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또 한가지는 90% 정도의 조건으로 볼륨조절기가 있는 것을 사용했디. 이건 정말 중요했다.
그래서 주로 내가 사용한 제품은 만원 정도 하는 제품이었는데(이름 기억 안남), 귀에 공기가 들어간 고무가 있어서 편했고 볼륨조절기가 있었고 벨런스형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내구성이 좀 약하고 소리가 탁하고 줄이 엄청 잘 꼬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제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거의 강제적으로 나의 이어폰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만난 것이 바로 젠하이저의 MX-500 이었다. 많이 검색해보고 많이 찾아본 결과 이 제품으로 안착해서 두개를 사용했다. 내 조건 중, 벨련스형이라는 것과 볼륨조절기가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충족했는데 귀가 좀 아프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이어폰 솜 끼우고 쓰거나 그냥 써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덜 아픈 편이므로 몇 년간 애용했다.

이 만족스러운 이어폰을 살짝 뒤로 물러나게 한 장본인은, 사실은 다른 우수한 이어폰이 아니다. 바로 새로 장만한 MP3, 삼성 YP-P2이다. 이 제품의 기능 상 볼륨 조절의 문제인데 내가 본체의 볼륨을 크게 해놓고 이어폰에서 조절해서 듣다가 전원을 끄고나서 다시 켜면 볼륨은 원래 조절값(중간 정도)으로 줄어들어 있다. 기계 자체의 기능인 거 같은데 조절이 안된다. 못찾는 것인가 해서 카페나 다른 곳에 알아봐도 방법이 없다고 나와 있었다. 근데 희안한 건 번들형 이어폰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볼륨 조절기도 없는데.... 중간으로 소리를 맞춰놔도 크다. 정말 크다.
결국 그동안 어찌어찌해서 모아놓은 이어폰을 죄다 꺼내놓고 테스트한 결과 MX-500 이 의외로 소리가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기의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테스트한 결과이며 다른 기기에도 동일한 테스트를 해보았다. 확실히 소리가 작았다.
고민... 고민...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 거슬린 문제는 끝까지 괴롭힌다는 머피의 법칙에 의해 다른 이어폰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조언을 얻어 ("싼 맛에 한 번 사봐. 까짓거 맘에 안들면 안쓰면 나줘. 내가 전에 썼던 건데 괜찮아. 밥 한번 쏠께" 라는 조언에 홀라당 넘어가다.) 새로 구입한 것이 AKG K-14p 였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대체로 만족한다.
우선 벨런스형이고 볼륨조절기도 있다. 기본 볼륨도 확실히 MX-500보다 크다. 기기 본체의 소리를 조절하지 않고도 충분히 사용히 가능하다. 줄도 덜 꼬인다. 다만 한가지, 귀가 좀 아프다ㅠㅠ 이어폰 솜을 끼고도 귀가 좀 아픈 편이다.
이어폰을 이것 저것 비교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그동안 소리에 너무나 둔감했다는 점이다.
기기의 성능이 우수하면 이어폰은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번들형 이어폰들(새삼 놀랐다. 몇 개 된다. 그동안 이렇게 모였었나?)과 MX-500, K-14p 를 비교하면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만약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를 고르라고 한다면 K-14p 이다. 일단 소리가 멀리 퍼진다는 생각이 든다.머리 주변을 좀더 분화해서 입체적으로 들려준다는, 표현이 좀 어렵지만 공간의 느낌이 확장된다는 생각이 든다. MX-500 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범위가 좀 좁고 보다 투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어폰들은 이 둘에 비하면 소리가 상당히 둔탁하거나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새삼스러운 발견이다.
현재 은퇴한 MX-500 은 컴퓨터에 고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귀에 완전히 꽂지 않고 사용하는데 그만이다. 아직 완전히 은퇴하는 건 능력에 비해 이르지 않은가.
참고로MX-500 과 K-14p 는 둘다 2만원대 중반이다.
검색해보다 놀란 건 이어폰이나 해드셋 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것이다. 기계값의 몇배나 하는 것도 있다. 잠시 커널형 이어폰에 눈길이 갔으나 가격과 ?F륨 조절기 문제가 걸려서 패스.
어쩌면 이어폰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살짝 귀가 이상을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절대 MX-500 의 기본 볼륨이 작지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기본 음역이 작은 건 절대 아니니까. 다만 특정 조건, 내가 편하게 사용하는 조건에서 볼륨 자체가 작게 느껴지는 것이므로 개인적인 느낌일 것이다.
작지만 이어폰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근데... 80만원짜리 이어폰으로 들으면 음악이나 외국어가 지금보다 훨씬 잘 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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