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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재미있는 것

故人이 되신 성우분들...

성우 관련 잡지를 읽다가 이제서야 알게된 사실이 있다.

엄주환님이 이미 몇년전에 故人이 되셨다고 한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참 좋아했던 성우분이었는데 요즘 잘 안나오시는구나 했는데....

처음 故엄주환님을 인식한 건기동순찰대라는 외화에서부터였다.이국적인(외국에서 볼때) 외모의 에릭 에스트라다라는 배우를 너무나 멋지게 연기해주신 분이 바로故엄주환님이셨다. 그 뒤 다양한 작품에서선한 역이나 악역이나 모두 개성있고 안정감있게 연기를 해주셨다.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브이'에서 외계인 편에 서는청년 다니엘(맞나???)역을하셨을 때인데, 이때 비열하지만 어딘지 철부지 같은 그 역을 너무나 실감나고 멋지게 해주셨다. 이제 다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부디 평안하시기를....

얼마전 불의의 사고로 故人이 되신 장정진님도 우리나라 성우계의 독보적인 분이셨다.

기억하는 사람 많을 것이다. '달려라 하니'의 홍두께 선생님 목소리가 바로 장정진님이다. 사실 홍두깨 선생님의 목소리로 이 분 이외에 다른 분을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故장정진님의 목소리는 언젠가 TV에서 했던 일본만화 '우주해적 하록선장'에서 하록선장이다. 그걸 보기 위해 만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TV앞에서 기다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근엄하고 고독한 저음의 하록선장 목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가장 최근에 명탐정 코난의 유명한 탐정역으로 출연하셨는데 지금은 그 역을 이정구님께서 하고 계신다. 같은 유명한 탐정인데 느낌이 좀 다르다. 이정구님께서도 잘하시지만 웬지 故장정진님의 목소리가 그립다.

괌대한항공 추락사고로 고인이되신 故장세준님과 故정경애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전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정리하다 발견한 '영 인디아니존스'에서 故장세준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손을 멈췄었다. TV시리즈로 방영한 젊은 시절의 인디아나 존스에서 故장세준님은 젊은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하셨다. 그 밖에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하셨고 에니에도 많이 출연하셔서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전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나왔다. 맨 처음 공중파에서 방송할 때 루이역을 장세준님이 하셨었다. 그 뒤 그 역을 김승준님이 다시 더빙하셨다.故장세준님의 루이를 들으면서 분명 너무 어울려서 숨죽이고 보는데 순간적으로 머리속으로 코스비가족의 철부지 아들 테오가 스쳐 지나가서 혼자 '나 왜이래~~~'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애니메이션이야 말해 무엇하랴.....

故정경애님도 정말 많은 작품을 하셨다. 빨간머리 앤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영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연인과의 첫 키스 후 '종소리가 났어요~~~'라고 수줍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이직도 기억난다. 영화는 기억도 못하는데.... 故정경애님은 성우로서도 최고이셨지만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에서도 역시최고라고 생각한다. 그토록 안정감있게 설득력있게 조용조용히 내용을 전달하시는데 물건 강매 광고라도다 샀을 것이다. ^^

매 순간마다 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간다.

장면보다 상황보다 영화보다 목소리가 더 소중하게 기악되는 것은그 만큼 그들이 가진 힘과 능력과 그리고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이미 故人이 되셔서 지나간 필름들 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보석같은 그분들의 목소리가 너무 그립고 아쉽다. 그나마 다시 더빙이 되서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비디오테이프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가도 하고...

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