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 안마사 그리고 서글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가하는 것이 위헌이란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판결이아니라 판결의 이유가 소름끼치는 전율을 가져왔다.
그들이 과연 이 나라의 법을 수호하는 법관들이라면 난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내가 조국이라고 칭하는 이 나라가 나를 점점 지치게 한다.
분명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사람들이 보기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법조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우리 아버지가 그렇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정말 진실로 그러한가? 누군가가 한 직종이나 분야를 독점한다면 그 독점으로 그 직종이 가지는모든 이득과 모든 권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지금 시각장애인의 상황이 과연 그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
국가는 시각장애인이 그 직종 외에 다른 직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가?시각장애인 박사들도 있다는 어설픈 논리는펴지도 말라. 판결문에 보면 전국의 안마사 숫자가전체 시각장애인 중 소수에 불과하다고 쓰여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인가?종사자의 숫자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맹학교나 안마수련원에서 안마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어쩔 것인가? 안마사로 일하다가 쉬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중도 실명을 하고 집에서 방황하고 있는 숫자는? 맹학교나 안마수련원에라도 가기 위해서 재활훈련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결심을 겨우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안마를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일자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들은?(안마도 요즘 취업난임) 안마라도 하고 싶어도 건강이, 중복 장애가, 질병 등에 의해 시도도 못하고 잇는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에게 명확하게 주어진 직종은 안마 뿐이다. 다른 직종에 접근하거나 진입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명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종교인들이 이 말 많이 쓰더라)
한 번 생각해보자.
40대의가장이 교통사고나 병(당뇨, 대표적이다)으로실명을 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좌절해서 몇년을 허비한다. 겨우 정신 가다듬고 가장가능성이 있는 것을 찾게된다. 안마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더라. 그거 배우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린다더라. 마음 독하게 먹고 시작하자. 어렵게 어렵게 자격증을 땄다. 그나마 취업난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은 취업도 잘 안된다. 간신히 한 자리 얻어서 안마를 시작한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작은 액수나마 손에 쥐어진다. 겨우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위헌 판결이란다. 비장애인들이 몰려든다. 그것도 어렵게 2년을 허비해서 딴 자격증과는 비교도 안되는 단 몇게월 배운 것으로... 그것도 남자들 환장하게 좋아하는 방식으로... 겨우 얻은 일자리인데... 이제 겨우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고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게 되었는데... 우어~~~
시각장애인에게 안마는 생존이다. 직업선택이 자유 따위 시각장애인에게는 아예주어지지도 않았다. 소수의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지지 않는 자유가 왜 대다수의 비장애인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이 기본권이라면 먹고 사는 문제는 사실상 헌법보다 상위이며 신이 정한 권리이다. 아무데나 평등을 가져다 붙이지 말란 말이다!!!! 평등은 동등한 조건하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어떻게 평등이 되는가? 한쪽에만 주어지는 자유가 어떻게 자유인가 말이다.
물론 시각장애인계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각장애인계 내에서 지지고 볶고 싸워서 결정할 문제이다. 사람 둘이 모여도 권력의 구조가 생기는데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권력이 안 생길수 없지 않는가. 그래서 부조리가 생기고 여기에 순응하거나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복잡하게 말하면 변증볍의 논리가 아니겠는가.(더 이상 묻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시각장애인즐에게 주어지는 앞으로의 과제이다.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날 수도 있다. 내가 관계되는 일이 헌재의 논리대로 강자의 승리로 결론내려지고 약자는 그저 당하는 도리밖에 더 있겠는가..내가 현재 강자라도 언제 어느 부분에서 약자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이번에 헌재에 위헌소송을 내고 승소한 사람들도 방송 마이크 앞에서는 힘없는 서민이라고 떠들어댈 것이다. 그들이 입주해서 영업할 건물주나 은행 등에서 불리한 일이 생기면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서민을 울리는 억덕 업주나 서민을 억압하는 경제 정책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먹고 먹히는 이 사회가 서글프고 숨쉬고 흥분하고 슬퍼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또다시 서글퍼진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