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재미있는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은월 2008. 6. 16. 19:05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을 어제 다 읽었다.

그의 첫 번역작 [개미] 3권을 이틀에 주파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꼬박 10일이 걸렸다.

일이 바빠서, 나름대로 삶에 찌들어 살다보니 이 책을 잡고 졸기를 몇번을 했던가...

그렇다고 절대 지루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무척 피곤했을 뿐이다. -_-;;

이 책은 대단히 베르베르다운 상상력으로 쓰여진 책이다.

기발한 방식으로 우주로 나아가 새로운 별을 찾는다는 탐험의 이야기로 흐르다가 난데없이 인간사 세옹지마라는 식의 인간 본성의 통찰론을 펼치기도 한다. 마지막 상상력은 정말 베르베르가 썼으니 그러려니 하지 딴 사람이 썼다면 상당히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한참 웃었다.

사실 인류가 슬슬 지구 파괴에 다가가게 되자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나가는 소설들은 꽤 있었다. 심지어 새로운 별을 찾아 정착하고 인류를 번식시키기 위하여 쌍을 지어 우주선에 싣고 나가는 소설도꽤 된다.

예전에 폴 엔더슨의 [타우제로]를 읽고나서 도저히 이해가 안돼 멍했던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우주선에 가속도가 붙고 외부인 우주와 우주선 내부의 시간차로 인해 우주선 탑승객들은 수백억년이 지나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보고 수축한 우주의 주변을 돌다 빅뱅도 보고 어느 행성에 정착한다. 베르베르의 소설과 모티브는 같다. 그러나 이 두 책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타우제로]는 작가 나름대로 그 당시 우주 물리학의 지식을 총 망라한 무려 하드SF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베르베르의 책은 대부분이 유쾌한 상상력이고 사실 그다지 과학에 중점을 두지도 않았다. 요컨대 그 안에 탄 사람들에 대해 대부분의 관심을 쏟고있다.

어쨌든 이 소설은 14만4천명의 사람들이 우주를 여행하고(사실 우주선 안에서 천이백년동안 지지고 볶느라 우주에는 관심도 없었다) 생존자 6명 중 2명(남자1명, 여자1명)만이어느 별에 내렸는데 여기서 얘기가 묘하게 코미디로 흐른다. 베르베르식으로 웃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공룡의 재채기와 아드리엥이 스스로 갈비뼈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장면에서 폭소했다. ^^

베르베르는 언제나 얘기치않은 즐거움을 준다. 말이 되고 안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말 안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심각한 장면에서조차 그가 준비해놓은 듯한 웃음 폭탄을 밟고 만다.

그의 책은 유쾌하다. 즐겁다. 누구누구라면 심각하게 할 얘기를 재미있게 던진다.

그렇다고 그 애기마저 가볍지는않다. 그런데도 가볍게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그의 글이나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마술사가 주는 즐거움과 비슷한 것 같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